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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여행하다/미국 동부

[워싱턴DC]아이들 뛰어놀기 좋은 수목원, 내셔널 아버리텀(National Arboretum)의 3가지 매력 포인트

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DC에는 멋진 곳들이 참 많다. 정치 1번지 DC에 온 방문객이라면, 워싱턴 모뉴먼트, 제퍼슨 메모리얼, 링컨 메모리얼 등을 먼저 찾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으로서는, 맑은 공기와 높은 하늘을 누릴 수 있는 곳에 더 애정이 간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곳을 찾게 된다. 내셔널 아버리텀이 바로 그런 곳이다.

1. 내셔널 아버리텀, 워싱턴DC의 북동쪽 공원: 가는 길은 좀 막힘

멋진 수목원이 있다고 하여 구글 맵에서 검색하다가 알게 된 이 곳의 이름은 National Arboretum, 이름하여 국립 수목원이다. (사실 나는 수목원을 의미하는 'Arboretum'을 '아버리텀'이라고 발음하는 줄도 몰랐다.)

 

1927년 미 의회의 법안으로 설립이 결정되었으며, 미국 농무부(USDA) 소관으로 관리되고 있는 곳이다. 조경이나 정원수 연구를 위한 곳인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공원으로 기능하는 곳이다.  이 곳은 워싱턴DC 북동쪽의 작은 강인 애나코스티아 강 인근에 자리잡았다. 규모는 약 446에이커(약 1.8 제곱킬로미터)라고 한다.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12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다. (그런데 신호등이 많아 실제로는 차가 꽤 막힌다. 그래서 의사당 기준으로 넉넉하게 22분 정도는 잡고 가시는 것을 추천한다.) 입구는 두 군데인데, 어디로 가도 상관없다. 내부 도로와 주차장도 잘 되어 있다.

 

사진 맛집 National Arboretum

2. 내셔널 아버리텀의 3가지 매력 포인트

근처 사는 지인들에게 이 곳을 강력 추천하고 있는데, 추천의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이다.

1) 공기 좋고 뛰어놀기 좋은 들판

일단 경치가 좋다. 탁 트인 들판에서 디씨 특유의 높고 푸른 하늘과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속의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것 같다. 당연히 공기도 좋다. 이 곳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잔잔하게 행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 너희는 뛰어 놀아라... 나는 좀 쉬자...)

 

사실 디씨에는 멋진 공간들이 많아서, 웅장한 '숭고미'와 '우아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많다. 그렇지만 이 곳에 오면, 치열한 삶이 모여있는 워싱턴의 번뇌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왜인지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쉬고 크게 내쉬게 된다.

 

푸른 들판, 잔디의 내음

2) 멋진 분재/분경 박물관

아시다시피 수목원은 박물관의 역할도 한다. 다른 수목원과 차별화되는 내셔널 아버리텀의 특징은, "분재&분경 박물관"(National Bonsai & Penjing Museum)이 있다는 것이다. 영어로 Bonsai라고 하는 '분재'는, 식물 하나를 잘 심어놓은 것인 반면, Penjing이라고 하는 '분경'은 화분 안에 바위나 물, 조그마한 인형 등을 함께 베치해서 하나의 작은 풍경을 만드는 것이다.

 

분재는 일본 느낌이 나는데, 분경은 약간 중국풍이 느껴진다. 실제로 분경은 중국의 문인들이 자연 경관을 표현하고 재현하고자 했던 시도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 기증한 것들을 많이 전시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보던 것과 분위기가 다른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여타 박물관과 달리, 딱 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네 아버님께서 한동안 돌을 모으셔서 전시하는 '수석'이라는 취미를 즐기시다가 분경까지 배우셨던 게 생각났다. 그때도 뭔가 고급 예술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수목원에서 이 장르를 다시 접하니 반갑고 새로웠다.)

 

이 꽃의 이름은 "미니마우스 꽃"이라고 한다. 이해가 되는!

 

3) 의외의 인스타 스팟, Capitol Columns

넓은 잔디 위에 다소 뜬금없이 서 있는 기둥들이 있다. 고전 양식의 대리석 기둥이라 멋있긴 한데, 멀리서 보면, "읭? 갑자기 저게 왜 저기에 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원래는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 일부를 지탱하던 기둥이었는데, 지금은 아버리텀으로 옮겨져 설치미술처럼 서 있다.

 

고풍스러운 흰색의 기둥과 파란 하늘, 그리고 초록초록한 잔디가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인생샷을 남기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방문객들이 인스타용 사진을 많이 찍는다. 웨딩 프로필을 촬영하기도 한다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꽤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National arboretum capitol columns"

3. 몇 가지 팁

첫째, 입장료는 없다. 주차도 무료다. 운영시간은 오후 5시까지인데, 오후 4시 40분 정도 되면, 운영시간이 곧 끝난다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곤 한다. 그래서, 실내를 보고 싶다면 이를 감안해야 한다. 분재/분경 박물관은 별도 운영시간이 있기 때문에 가는 날에 확인을 해야 한다.

 

둘째, 대중교통을 활용해도 되겠지만, 여러모로 번거롭다. 차로 가는 게 제일 좋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골고루 둘러보려면 머릿속에서 시간을 꽤 많이 할당해두어야 한다. (특히 걸어 간다면 더더욱...) 55만 평이 생각보다 큰 사이즈이기 때문에, 막상 가보면 하루 만에 다 즐기는 것은 대단히 빡세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간식을 챙겨가면 좋다. 공간은 넓고 체력은 제한되어 있으니,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풀밭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빵과 과일, 음료를 엄청 많이 챙겨왔다. (그래야 될 것 같긴 하다) 우리 가족도 다음번에 올 때에는, 음식을 바리바리 쟁여오겠다고 다짐했다.

주차장도 예쁘게 잘 되어 있는 국립 수목원

 

4. 결론 :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추천

DC 시내 관광은 아무래도 박물관이나 건축물 위주다. 1박이나 2박이라면 그게 맞지만, 4박 이상 DC를 즐긴다면, 내셔널 아버리텀도 일정에 포함시키기를 권한다.

 

여행객이 아니라 주민이라면, 한번쯤, 아니 두세번쯤은 이 곳에 와보기를 권한다. 맑은 공기처럼, 높은 하늘처럼, 마음도 깨끗해질 것이다.

파란 하늘, 푸른 나무와 잔디